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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수준 우주 SF vs 낡은 감성, 재현배우 연기, 어색한 오디오 - 넷플릭스 '승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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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heres 2021. 2. 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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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우주 SF 영화라는 타이틀로 관심을 모았던 영화 '승리호'가 드디어 2월 5일에 개봉했습니다. 본인도 그전부터 무척 관심 있던 영화라서 개봉한 당일 바로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했습니다. 시청자적인 관점에서 정리했으며,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승리호'는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을 연출한 조성희 감독이 연출하고,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이 주연을 맡은 240억 원이 투입된 우주 SF 영화입니다. 2092년을 배경으로 한국 국적의 우주 쓰레기 청소선과 선원 4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2092년은 UTS라는 거대한 우주개발기업이 지구 밖에 위성들을 만들고 재력이 있는 엘리트들이 거주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입니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처럼 지구 주변의 위성들이 늘면서 쓰레기가 문제가 되듯, 위성들의 규모가 커지고 수가 많아지면서 엄청난 쓰레기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하층민들이 이 우주 쓰레기들을 처리하여 생계를 유지한다는 설정입니다. 조성희 감독은 이러한 설정이 SF만화 '플라네테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4명의 선원 태호, 장선장, 타이거박, 업동이(안드로이드)는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있지만, 모두 돈밖에 모르는 캐릭터들입니다. 미래의 모습을 스타트렉이나 여느 SF 히어로물과 같이 화려하고 멋지게 그리기보다는, 엄청난 기술발전을 배경으로 각 디테일들은 아날로그적이고 '현실은 시궁창'적인 모습들로 묘사했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스타워즈, 토탈리콜, 제5원소 등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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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발단은, 쓰레기 청소선 중에서도 악명이 높은 '승리호'가 이번에도 역시나 다른 청소선에게서 쓰레기 우주선을 가로채고, 그 안에서 인명살상용 수소폭탄 안드로이드라고 알려져 현상수배되어 있는 '도로시'가 나오면서 시작됩니다. 돈밖에 모르는 4명의 선원이 이 '도로시'의 현상금을 노리고 한몫을 챙기려는 과정에서 망해가는 지구와 우주와 화성을 발전시키려는 UTS의 다양한 음모와 비리를 알게 되고, 각자의 사연에서 비롯한 생각과 방식으로 안드로이드 '도로시'로 알려진 인간 '꽃님이'를 지키고 지구를 구하려는 노력을 그린 전개가 가슴을 울리고 재미를 느끼게 합니다.

 

'승리호'는 한국영화가 여기까지 왔구나 싶을 정도로 우주 SF를 훌륭하게 표현해낸 CG 기술과 미술의 완성도로, 영화를 보는 내내 만족감과 대형 스크린으로 보지 못한 아쉬움을 충분히 느끼기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우주에서의 비현실적인 장면들이 많이 연출되지만, 이러한 부분들은 개인적으로 다큐멘터리가 아닌 SF 영화에서는 이야기와 상황에 대한 개연성만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결말 역시 본인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해피엔딩이기 때문에 다소 억지스러운 느낌은 있지만 영화를 본 후에도 이야기에 대한 아쉬움이나 찝찝함이 남지 않아서 좋습니다.

 

반면, 아쉬운 부분들도 많이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하나의 다른 의견으로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전세계적으로 한국의 감성이 통하는 시대라서 비난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의 세계관이 분명하게 깔려 있음에도 주요소재가 너무나도 신파적이어서 감동과 눈물을 쥐어짜고 때로는 질척이는 느낌까지 있습니다. '꽃님이'로도 모자라 '순이'까지 모두 신파 소재로 도배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딸을 키우는 입장이라 많은 공감이 있지만, 영화에서는 잠깐씩 스치는 정도 이상으로는 보고 싶지 않은 요소입니다.

 

 

그리고, 영화 초반 주연과 주요 조연들의 캐릭터들을 묘사하는 장면들이 너무나도 어색하고 구식입니다. 의도적으로 과한 설정과 단순한 시각적 요소로 불필요한 선입관을 유도하는데, 별로 중요한 요소도 아닌 것들을 옛날 영화에서처럼 표현하여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듭니다.

 

등장인물들의 연기력도 정말 가관입니다. 주연들은 평소 모두 좋아하는 배우들이지만, 송중기와 김태리는 각자의 캐릭터와 잘 어울리지 않고, 특히 송중기의 연기는 어디에서나 봐오던 그냥 그 연기입니다. 악역 수장을 맡은 리처드 아미티지(Richard Armitage)를 비롯한 모든 외국인 배우들은 등장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모든 행동과 대사가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외국인 재현배우급 연기력 수준으로 영화 몰입을 계속해서 방해합니다. 여러 상황들의 어색한 연출도 인물들의 부족한 연기력을 도드라져보이게 하는데 한몫 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영화 내내 오디오도 매우 어색합니다. 외국 영화에서는 느끼지 못하는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공간감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우주 공간이라서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실내에서는 주변 소리가 없고, 배우와 관객 모두 극장이나 녹음실에 같이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더빙을 했나 싶을 정도입니다. 가령 '스타트렉'을 보면 공간에 따라 화이트 노이즈도 다르고, 음성도 상황에 따라 에코의 유무나 볼륨 등을 달리 해서 자연스러운 느낌이 나는데, '승리호'는 우주 액션 신 등으로 효과음과 배경음악이 깔릴 때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의 설정이므로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UTS라는 기업의 음모는 그렇다 치더라도 UTS 솔저들이 개연성이나 과정 없이 무조건 인간들에게 총질을 해대는 악행을 저지르는 역할도 공감 없이 이야기의 흐름에 계속 방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우주 SF를 훌륭하고 환상적으로 표현한 한국 영화로서 큰 의미가 있어 보이며, '우뢰매'를 보고 자란 세대로서 우리나라의 발전된 모습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부족한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즐거움이 큰 만큼 꼭 보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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