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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다큐멘터리 - 넷플릭스 오리지널 '나의 문어 선생님(My Octopus Teacher)'

▷ 보는 것

by Spheres 2020. 12. 2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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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서양 배경, 1년여간 인간과 문어의 특별한 관계 묘사

 고난을 극복하고 역할을 다 해낸 문어의 생애를 함께 보고 겪으며 주인공의 자기성찰과 치유

○ 감동과 함께 다양한 에피소드와 박진감 넘치는 추격전 등으로 재미 요소 충분

○ 전략적 사냥능력, 세밀한 기억력, 사회성 등 야생동물 문어의 재발견

 

 OVERVIEW 

 

코로나 19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어느 주말 낮에 넷플릭스에서 해양 생태계 소재로 보이는 다큐멘터리 하나 골라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시청했습니다. 아직 7살인 딸아이는 한글은 읽지만 외화 자막을 따라갈 정도는 아니라서, 함께 더빙이 안된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면 본인이 책 읽듯 자막을 읽어주면서 보곤 합니다. 동물 다큐멘터리는 아이들이 좋아하기도 하고, 자막을 읽는 입장에서도 보통은 영화보다 내용이 많지 않아서 함께 보다 보면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번에 본 '나의 문어 선생님'도 이런 생각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가족 모두 그동안 봤던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특별한 감동과 공감이 있어 이렇게 리뷰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출처: Sea Change Project (seachangeproject.com)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My Octopus Teacher)' 은 2020년 9월 릴리즈된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서양을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주인공인 영화감독 Craig Foster가 Kelps에서 야생 문어와의 관계를 형성하고 문어와 함께 1년을 보낸 경험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입니다. 겉보기와 달리 일반적인 해양생물 다큐멘터리가 아닌, 문어를 통해 자신의 고통을 치유하고 극복하는 휴먼스토리입니다. 문어의 특징과 속성 등이 중간에 잠시 다뤄지기는 하지만, 이는 주인공 Craig Foster와 암컷 왜문어와의 관계, 에피소드, 왜문어의 존재를 이해시키기 위한 기본정보에 불과합니다.

 

주된 내용은, 열정적으로 자신의 일을 해오다 번인이 되어 방황하는 어느 영화감독이 힐링을 위해 찾은 고향의 대서양에서 우연히 문어를 만나, 생각지도 않았던 문어와의 특별한 관계를 맺고, 1년여간 문어의 생애를 애정을 갖고 지켜보며 일상, 고난, 위기와 극복, 삶과 죽음을 경험하게 되며, 그런 과정에서 행복, 갈등, 슬픔, 희망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주인공 자신도 처음에는 관찰자로, 나중에는 자신과 문어를 일치시키고 자신의 삶을 문어와 자연에 대입시켜 삶에 대한 관점과 태도를 바꿔 정신적 고난을 극복하는 모습을 그린 다큐멘터리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이 다큐멘터리를 보지 않은 분들 입장에서는 인간과 '문어'의 '관계'라는 표현 자체의 언어와 선입관으로 인해 실소가 나올 듯한 어색함이나 불편함이 있겠다는 생각을 본인 자신도 하게 되지만, 다큐멘터리에서도 언급돼 듯 문어의 지능은 개나 고양이와도 비슷한 면이 있다고 하며, 실제로 주인공의 노력과 문어의 예상치 못한 반응으로 여러 뭉클한 장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STORY 

 

영화는 주인공인 영화감독 Craig Foster가 해외를 떠돌며 해온 일들을 되돌아보면서 더 이상 카메라와 편집실을 거들떠보기도 싫을 정도로 지친 나머지 자신은 물론 아내와 가족도 돌볼 수도 없을 정도의 약함과 그로 인한 극도의 부담감으로 병을 얻게 된 자신을 묘사하며 시작됩니다. 주인공 Craig Foster는 동생 Damon Foster와 함께 연출한 The Great Dance: A Hunter's Story (2000)를 촬영하던 당시 칼라하리의 원주민 사냥꾼들이 자연과 동화되어 그 안에서 사는 모습에 비해 자신은 외부인이라고 느꼈던 것을 기억하며, 무작정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 근처 False Bay 외딴곳에 있는 대서양의 차가운 수중 다시마 숲 Kelps에서 산소통도 없이 다이빙을 시작합니다. 

 

대서양의 다시마 숲에 매료되어 이곳저곳을 누비던 그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이상한 조개껍데기 뭉치를 발견하게 되고 이내 그 안에 문어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것이 문어 선생님과의 첫 만남입니다. 문어가 하고 있던 이 모습은 다큐멘터리 절정기에 큰 감동을 주는 에피소드로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Craig는 문어에 관심을 갖고 매일 같이 찾아가면서 관찰하지만 자극하거나 위협하지 않고 서로에게 익숙해지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상상할 수도 없는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문어가 먼저 팔 하나를 내밀어 Craig의 손을 살며시 잡고 Craig도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싶어 끝까지 숨을 참다 물밖으로 나옵니다. 이 장면은 다큐멘터리가 시작하고 18분 정도 지나 첫 감동을 주는 부분인데,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를 이끌어내어 다큐멘터리를 끝까지 보게 하는 동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후 Craig는 이 문어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관찰하며 공부하고 그들이 어떻게 행동해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천적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보호색을 활용하고, 물체의 모양을 따라 하며, 해초가 바닥에서 굴러다니는 모습처럼 보이기 위해 흔들거리며 걸어 다니는 등 다양한 모습에 놀라워합니다.

 

 

그렇게 날이 갈수록 서로를 알아가고 가까워지던 중 작은 사건이 일어납니다. 문어가 Craig에게 다가오고 뒷걸음을 쳐도 친근하게 계속 따라오는 모습을 즐기던 중, Craig가 실수로 촬영용 렌즈를 떨어뜨리게 됩니다. 이에 놀란 문어는 황급히 도망을 가고, 심지어 문어가 살던 작은 동굴까지 떠나 어디론가 사라져 버립니다. Craig는 자기가 큰 실수를 저질러 그동안 쌓아온 자신과 문어와의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자책하며 좌절합니다.

 

이 일로 Craig는 집착하듯 문어에 대해 공부하고 문어처럼 생각하며 흔적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른 동물들의 흔적과 비교하며 문어만의 특징을 파악하고 단서를 모으고 기록합니다. 그러던 중 문어가 사냥한 흔적과 구덩이를 발견하고 점점 근접하다가 마침내 그 문어를 다시 찾아냅니다. 일주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문어를 찾아다닌 노력의 결과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문어는 그를 피하지 않았고, Craig도 문어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때 오히려 문어가 Craig에게 다가오고, Craig는 이를 계속 지켜봅니다. 놀랍게도 문어는 한걸음 더 나아가 Craig의 손을 온몸으로 감싸고 Craig가 숨을 쉬기 위해 올라올 때까지 계속 Craig의 손을 감싼 채로 함께 합니다. 자신 때문에 잃은 줄만 알았던 야생의 문어가 다시 만나서도 생각지 않던 스킨쉽으로 대하자 Craig는 야생 동물에 대한 선입관을 깨게 되고 더욱 감동하며 깊은 애정을 갖게 됩니다.

 

 

이후로 Craig와 문어는 많은 시간을 보내며 교류하며 더욱 가까워지고, Craig의 문어에 대한 집착과 호기심은 더욱더 커집니다. 닥치는 대로 과학논문을 읽고 학술적인 지식을 쌓게 되며 그동안 몰랐던 문어의 능력에 대해 놀라워합니다. 야행성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해가 진 후 어둡고 무서운 바닷속까지 들어가 문어를 찾게 되고, 낮에는 보지 못한 빠른 사냥 모습도 발견합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둘의 관계는 점점 더 친해집니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무서운 일이 벌어집니다. 문어의 천적이자 후각으로 사냥감을 찾는 파자마 상어가 문어를 쫓는 것이었습니다. 문어는 재빠르고 영리하게 상어를 피해 다니다 굴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상어는 이를 놓치지 않고 코를 밀어 넣어 문어의 팔 하나를 물어뜯고는 입에 물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문어는 팔 하나를 잃고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힘없이 해류에 몸을 맡기고 흐느적거리며 자신의 거처로 이동하고, 이 모든 과정과 문어의 모습을 지켜본 Craig는 마치 자신에게 일어난 일처럼 안타깝고 가슴 아파합니다. Craig는 자기가 문어를 불러낸 건 아닌지 죄책감에 시달리며 자신과 문어를 일치시켜 아픔을 공감하고 인간으로서의 연약함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나아가 가족을 더 생각하게 되고, 야생동물로 시작해서 다른 존재들에게 까지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다음날 무거운 마음으로 문어를 찾은 Craig는 다행히 살아있는 문어를 보고 안도하지만, 눈을 감고 굴속에서 꼼짝 않는 문어를 지켜보며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그렇게 마음 조리며 지켜보던 중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는 문어와 조그맣게 다시 자라난 팔을 보고 문어가 이 고비를 잘 넘길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을 갖게 됩니다.

 

 

Craig는 고난을 맞은 문어의 모습이 인생의 큰 고난을 겪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닮았다고 여기고, 나의 존재와 주변의 소중한 사람에 대한 존재에 대한 소중함을 느꼈는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아들 Tom 과의 많은 시간을 가지며, 회복 중인 문어와도 다 같이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사건을 겪고 약 100일이 지난 문어는 완벽하게 회복하고, Craig는 끔찍한 공격을 극복하고 일어서는 문어의 모습을 보고 감격스러워합니다.

 

Craig는 정상으로 돌아온 문어를 더 깊이 알고 싶어 합니다. 게와 랍스터를 능숙하게 사냥하는 모습과 사냥한 먹이를 지키는 모습을 보고 문어가 얼마나 전략적인지 알게 되고, 높은 지능과 신체적 장점을 이용해 단단한 껍질을 가진 생물들을 포함해 다양한 먹이를 효과적으로 취하는 모습에 놀라며, 다양한 생물들과 소통한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Craig는 이러한 문어의 습성을 알게 되면서 다른 생물들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갖게 되고 생태계에 대해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또다시 악몽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다시 나타난 파자마 상어의 사냥으로 문어는 쫓기게 되고 이번에는 문어도 전보다 훨씬 적극적인 자세로 상어를 따돌리기 위해 상상초월의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합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 보실 분들의 즐거움을 위해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으나, 액션 영화의 엄청난 추격전 못지않은 박진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을 장담합니다. 다큐멘터리 시작 후 1시간 정도 시점부터 약 7분간 이어지는 이 추격전이 이 다큐멘터리의 절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쫓기던 문어는 어느 순간 재빨리 조개껍데기들을 모아 몸을 감싸서 보호하게 되고, Craig는 이 장면을 본 적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바로 영화 초반 Craig가 발견했던 조개껍데기 뭉치를 발견했던 당시입니다. 아마 그 당시에도 문어는 천적에게 쫓기고 있었던 듯합니다. 파자마 상어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격렬하게 문어를 물어 흔들어댑니다. 일촉즉발의 심각하고 긴박한 상황을 뒤로하고 Craig는 숨을 더 참지 못해 물밖으로 재빠르게 올라갔다 내려옵니다.

 

다시 내려온 Craig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당장이라도 물어 뜯겨 끝이 날 것만 같던 상황은 온 데 간데없고, 평화롭게 문어가 상어를 올라타고 있는 모습입니다. 상어는 더 이상 공격하지 못하고 문어를 매달고 유유히 헤엄을 칠 뿐이었습니다. 적당한 때가 되자 문어는 상어에서 떨어져 나와 껍데기들을 떼고 안전하게 굴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생사가 오가는 이런 위기를 빠른 판단력과 의사결정으로 이겨내고 주도권을 갖는 문어의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감탄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난 어느 날은 문어가 사르파살파 떼를 보고 사냥이 아닌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고 또 한번 놀라게 됩니다. 목표성을 갖고 포식활동만을 할 것 같은 야생동물이 사회적 동물들이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보고 선입관이 깨진 것 같습니다. 문어는 사르파살파 떼에게 장난을 마치고는 Craig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와 접촉을 시도하고 편안하게 안겨있습니다.

 

다음 만남에서 Craig는 문어가 굴속에서 다른 문어와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암컷 문어는 교미를 하고 알을 낳으면 알이 부화하는 날까지 역할을 다하고 생을 마감한다고 합니다. 이를 이미 알고 있던 Craig는 설렘과 아쉬움을 함께 느끼게 되고, 문어가 식음을 전폐하고 알을 낳아 부화한 후, 자신은 물고기들과 상어의 먹이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든 과정을 복잡한 마음으로 지켜봅니다.

 

Craig는 문어의 80% 생애를 함께 보고 겪으며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아 자신의 역할을 해낸 문어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문어가 자신에게 남긴 것들을 돌이켜 생각하며 주변을 돌아봅니다. 특히 아들 Tom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을 통해 아들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을 아끼지 않고 주려고 노력하며, 성장과정을 지켜보고 자랑스러워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또 다른 시작과 희망을 상징하는 작은 생명체를 만나게 됩니다. 시기와 장소로 볼 때 Craig의 친구였던 문어가 부화한 새끼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Craig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며 자연의 소중함을 진심으로 느끼게 되고, 자연 속 생명체에 대한 관심과 가치를 깨닫게 됩니다. 야생동물의 유약함과 인간의 유약함을 동조시키고 인정하게 되면서 고난을 이겨내고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신도 자연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끼고 이 모든 것이 바로 문어가 자신에게 가르쳐준 것이라고 믿습니다.

 

 CONCLUSION 

 

이 다큐멘터리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보전달만을 목적으로 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주인공 Craig의 고난을 문어라는 야생동물의 도움으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함께 지금 고난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자기개발이나 심리학, 처세술 서적이나 강좌와 같이 적극적인, 때로는 부담스럽고 와닿지 않는, 가이드를 제시하지도 않고, 주인공이 기록한 경험과 당시 느낀 속마음을 잔잔히 전하며, 자연스럽게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시청자 자신의 상태와 겪은 일에 따라 자유롭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며 스스로 치유하고 정리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개인적으로는 본인도 인생에서 큰 결정과 고민을 하고 있는 시기에 뜻하지 않게 접한 다큐멘터리라서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코로나 19로 또는 다른 여러 이유로 마음에 상처나 고민이 있는 분들께 꼭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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